코로나19 확진자 확산에 당국 ‘방문판매’-‘다단계판매’ 혼선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24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날 0시 현재 총 51명(지역사회 31명, 해외유입 20명)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며 “서울 관악구 소재 리치웨이 관련해서 격리 중이던 접촉자 3명이 추가 확진돼 현재까지 총 205명이 확진되었다”고 밝혔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어 “대전 서구 방문판매와 관련해서는 1명이 추가 확진돼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는 총 58명”이라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이 언급한 서울 관악구 소재 리치웨이는 서울 구로구에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한 리치웨이에스지(주)의 홍보관으로 확인됐다.

이달 4일 리치웨이 관련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직후 서울 관악구 관계자는 “리치웨이는 관악구에 방문판매업 등으로 등록된 업체가 아니다”고 밝혔다. 대신 서울 구로구 관계자는 “확진자 발생 후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우리 구에 주소를 두고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한 리치웨이에스지의 직원들이 시흥대로 건너편에 있는 관악구 사무실로 가서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구로구에 있는 이 업체 사무실 입구에‘16일까지 폐쇄한다’는 안내만 붙어 있고 직원들은 출근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본부장이 이어 언급하고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전파 현황으로 정리한 ‘대전 서구 방문판매’는 방문판매업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관악구 ‘리치웨이’ 구로구에 방문판매업 신고

대전 서구청 관계자는 23일 “코로나19 확진자와 관련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대전 서구 방문판매로 적시한 업체 중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한 곳은 한곳도 없다”고 밝혔다.

대전시 관계자도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언급한 대전 서구 방문판매 관련 업체는 모두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하지 않았고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한 곳도 없다”며 “(방문판매업) 무신고 또는 (다단계판매업) 무등록과 관련해서는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전날 23일 “허태정 시장이 집합금지 행정조치가 발령된 서구 둔산동 소재 특수판매업 운영업체를 방문해 이행 여부를 점검했다”며 “오렌지타운과 둔산전자타운 내 미등록 특수판매업 운영업체 2곳에 대해 방문판매법 위반 여부를 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앞서 16일 코로나19 확진자(대전 49번)가 확인되자 대전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49번 확진자는 9일부터 15일까지 대전시내 식당, 다단계판매시설(제품설명회, 괴정동) 등을 방문했다”고 발표했다.

▲ [출처=중앙방역대책본부 24일자 보도참고자료]
▲ [출처=중앙방역대책본부 24일자 보도참고자료]
▲ [출처=대전시 16일자 보도자료]
▲ [출처=대전시 16일자 보도자료]
이달 4일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 홍보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확인되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7일 정세균 국무총리(본부장) 주재로 중앙부처 및 17개 시도와 함께 회의를 열어 방문·다단계판매업 방역 현황을 점검하고 19일까지 불법 방문판매업체를 집중 점검한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방문판매를 포함한 직접판매 분야는 집합교육, 홍보관 운영 등 대면접촉을 주된 영업수단으로 이용해 감염병에 취약한 특성이 있으며, 특히 불법 방문판매업체의 경우 이른바 떴다방 등을 통해 단기간에 고객을 유인하고 잠적함으로 감염경로를 명확히 확인할 수 없는 환자를 양산하고 소비자보호에도 취약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는 다음날 8일 다단계판매, 방문판매, 후원방문판매 등 특수판매업체 집합시설(홍보관)에 대해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이어 인천시, 경기도도 같은 집합금지 조치를 발령했다.

방문판매법 주무부처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17일 정세균 총리 주재로 열린 중대본 회의에 “서울시 등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불법 방문판매 활동을 현장점검하고 직접판매 분야에 적용되는 방역수칙을 제작·배포했다”는 내용을 담은 방문판매 분야에 대한 방역관리 강화 조치를 보고했다.

광역지자체 인력 1351명을 동원해 16일까지 점검한 업체는 8006곳으로, 중대본이 7일 방문판매·다단계판매업으로 신고·등록한 것으로 1만7103곳(방문판매 1만6965곳, 다단계판매 138곳)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그 사이 16일 대전 서구에서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하거나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하지 않은 업체와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이를 고리로 한 누적 확진자는 50명을 넘었다.

◆“무신고-무등록 업체 파악 등 대책 있어야”

직접판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접판매 분야 집합금지명령과 관련 “일명 떴다방과 홍보관은 방문판매업으로 신고조차 하지 않고 운영되는 곳이 많다”며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이들 무신고 홍보관 등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방문판매법에 따라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했거나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한 업체들의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 여부 확인도 필요하지만 신고하지 않거나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불법 업체들에 대한 단속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는 지난 7일 중대본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이날 0시 기준 총 45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한 관악구 방문판매업체는 주로 노인을 대상으로 홍보관을 통해 영업해 온 미등록업체”라고 설명했다.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방문판매업에 해당하는 업체는 해당 시도에 등록할 필요없이 시군구에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다. 서울 A구에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한 업체가 B구에 홍보관 등을 두고 있을 경우 B구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집단적으로 확산시킨 것으로 당국이 판단하고 있는 서울 관악구 소재 업체의 홍보관은 본사가 구로구에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했기 때문에 다단계판매 방식 등 방문판매법이 금지하는 방법으로 영업을 했다는 점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으로 단정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방문판매업을 규정한 방문판매법과 시행령은 방문판매업자는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군구에 방문판매업으로 신고만 하면 되도록 허용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소재한 업체 홍보관에 대해 관련 당국이 충분한 조사없이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것은 코로나19 방역에 허점을 드러낸 정부가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 위해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에 직면할 수 있다.

방문판매, 다단계판매 등 직접판매 분야에 대한 코로나19 방역관리를 강화하려면 방문판매업으로 신고하거나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해 소재지 파악이 쉬운 업체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고 또는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는 업체들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방문판매법 주무부처 공정위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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