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규는 ‘불허’… 영업 현장에선 ‘허용’

한국관광공사는 지난 9월 중순 “다국적 피부미용제품 네트워크 판매회사인 ‘뉴스킨 대중화(Nu Skin 大中華)’가 마카오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2015년 5월 1만2000명이 참여하는 인센티브 여행지로 한국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고 언론에 알렸다.

네트워크 판매는 다단계판매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또 미국에 본사를 둔 뉴스킨(Nu Skin Enterprises, Inc.)은 중국법인 루신(如新日用保健有限公司)을 두고 있다. 중국에서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일까.

◆다단계판매 경영활동 금지

중국은 지난 1998년 4월 국무원이 ‘다단계판매(傳銷) 경영활동 금지에 관한 통지’를 발표하며 다단계판매 등 무점포 직접판매를 전면 금지시켰다.

통지는 이미 허가를 받고 영업 중인 다단계판매 회사에 대해 “10월 31일 이전까지 활동을 중지하고 다른 형태의 영업허가를 받아 다단계판매 방식 영업을 대체하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던 미국계 다국적 기업 에이본(Avon Products Inc.)과 암웨이(Amway)는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중국에 공장까지 건설한 암웨이는 그 해 중국시장 매출액이 2억달러에 이르렀지만 ‘다단계판매 금지’로 큰폭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했다.

당시 암웨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사장이던 덕 디보스(Doug DeVos) 현 본사 사장은 올해 4월 미국의 경영분야 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합법적인 판매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한 중국의 법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고 회고했다.

디보스 사장은 “당시 중국시장에서 철수해야 하느냐, 아니면 새로운 판매방법을 모색해야 하느냐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우리는 후자를 선택해 수시로 바뀌는 관련 법규를 지키기 위해 세일즈 모델을 5번이나 수정한 끝에 중국을 가장 큰 시장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디보스 사장은 그러면서 “우리는 한편으로 정직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중국 국민들에게 경제적인 기회를 제공한다는 믿음을 심어주며 다른 한편으로 중국 정부가 직접판매 관련 법규를 개정할 때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7년이 지난 2005년 무점포 직접판매를 일부(직소판매) 허용했다.

▲ 중국에서 5번째로 직소판매 허가증을 받은 바오젠(寶健日用品有限公社)은 지난 2011년 가을 1만1000여명의 인센티브 관광단을 제주 등 한국으로 보내 화제를 불렀다.
▲ 중국에서 5번째로 직소판매 허가증을 받은 바오젠(寶健日用品有限公社)은 지난 2011년 가을 1만1000여명의 인센티브 관광단을 제주 등 한국으로 보내 화제를 불렀다.

◆직소관리조례로 직접판매 허용

국무원은 일종의 행정법규인 직소관리조례(直銷管理條例, 국무원령 제443호)를 같은 해 8월 공포해 12월부터 시행했다.

조례는 직소에 대해 “직소기업이 직소원(판매원)을 모집하고, 그 직소원이 지정된 영업 장소 외의 장소에서 최종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제3조)”고 정의했다.

중국의 직소(直銷)는 재화 또는 용역의 판매를 업(業)으로 하는 자가 방문을 하는 방법으로 그의 영업소, 대리점, 그 밖에 총리령으로 정하는 영업 장소 외의 장소에서 소비자에게 권유하여 계약의 청약을 받거나 계약을 체결하여 재화 또는 용역을 판매하는 한국의 방문판매와 별 차이가 없다.

중국 국무원은 같은 날 금지전소조례(禁止傳銷條例, 국무원령 제444호)를 함께 공포했다.

직소관리조례보다 한달 앞서 시행된 금지전소조례는 전소에 대해 “조직자 또는 경영자가 특정인을 자신에게 속하는 하위 판매원으로 가입시켜 이 하위 판매원의 수 또는 매출 실적에 따라 보수를 지급받거나, 또는 하위 판매원이 일정한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판매원 자격을 주는 방법으로 불법 이익을 탐하는 등 경제질서를 혼란시키고 사회안정을 해치는 행위”로 규정했다.

전소(傳銷)는 한국의 다단계판매와 비슷한 개념으로 중국은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직소판매 허가 업체 40곳 뿐

무점포 직접판매를 허용한 직소관리조례에 따라 영업허가를 받은 기업은 에이본의 중국법인(雅芳有限公司)이 처음이다. 에이본은 2006년 7월 24일 정식 허가증을 받았고, 이어 같은 해 12월말 뉴스킨 중국법인(如新日用保健品有限公司)이 두 번째로 허가증을 취득했다. 암웨이 중국법인(安利日用品有限公司)은 2007년 5월 9번째로, 허벌라이프 중국법인(康寶菜保健品有限公司)은 같은 해 7월 12번째로 각각 받았다.

미국에 본사를 둔 직접판매 기업 암웨이, 허벌라이프, 뉴스킨은 모두 한국에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 에이본은 다단계판매업으로 등록했지만 올해 3월 철수했다.

중국 직소판매업 허가를 받은 암웨이 등은 원칙적으로 다단계판매 영업을 할 수 없지만 실제 판매원(직소원)에게 후원수당을 지급할 때 다단계판매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직소판매원이 제품 7500위안 이상을 팔면 12%의 수당을 받을 수 있다면 하위판매원 없이 8000위안을 판매할 경우 수당으로 960위안을 수령하지만 자신과 같은 금액을 판 하위판매원을 4명 두고 있을 경우 이보다 많은 3360위안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판매원 자신 뿐만 아니라 하위판매원의 실적에도 영향을 받는 수당 지급체계로 중국 정부가 금지하는 다단계판매에 해당한다.

중국 직소판매에 정통한 관계자는 “직소판매 허가 기업 대부분이 이런 수당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별 다른 제재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반면 직소판매 허가를 받지 않고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영업을 벌이면 사정은 달라진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굴지의 기업이 직소판매 허가증 없이 영업하다 최근 적발돼 한국인과 중국인 임직원이 대거 구속되고, 공장이 폐쇄조치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직소판매 정식 허가증을 받은 업체는 40곳에 불과하다.

노태운 기자 noh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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